여자마흔다섯
김수현 지음/여원출판국






  1991년에 초판되어 1992년에 중판된 여원출판국에서「우리시대의 전작총서33」시리즈로 세상에 나온 김수현 장편소설『여자마흔다섯』. 사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를 거쳐 자리잡던 유수의 여류 소설가보다는 다소 건조한 문체에, 전개에 있어서는 싱겁기까지 하지만, 이 작품은 이미 그가『사랑과 야망』이나『청춘의 덫』과 같은 주옥같은 작품을 집필한 이후의 작품이다.

  부모님의 책장을 고스란히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작품들이 새파란 내 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걸까. 책날개의 샤프한 컬러사진 속에는 아주 큰 하얀 와이셔츠를 걸치고 얼굴 반만한 안경을 쓴 40대 전후의 여인이 있다. 백발의 노장이 되어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지금의 그보다 젊은 그는, 얼굴 가득히 이미 이런 출판용 프로필 정도는 익숙하다는 표정을 하고 그러고도 왠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어 아침 댓바람부터 한껏 꾸민 퉁퉁되는 아줌네만치로 복잡한 표정을 하고 섰다.

  수식이 적고 가벼운 문체. 문장의 길이도 짧고 문학적 표현을 짜내느라 설픈 표현들이 없다. 흔히 소설 속에서 극적인 전개의 장치가 되곤 하는 커다란 갈등의 전조나 큰 쇼크같은 것도 없고 따라서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감동의 기제도 없다. 책 표지에 인용된 본문의 문구라면 으레 지들이 하는 로맨스 쯤인, 이제서야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는 불륜의 스펙터클이라고 오해하기 쉽겠지만.

  일상의 섬세함을 사랑하는 탓에 유난히 여류 소설가들의 작품을 즐기는 본인은 때로 진부한 설정에 학을 뗄 때도 있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이 진부한 설정의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륜이라는 파국적 경험에 대하여 순응해 가는 인물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불편하지 않다.

  이 작품이 기존의 그의 작품들이 가지는 복잡한 문학적 장치들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소설의 전개를 독자가 미리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이러한 단조로운 구성이 작품의 마지막까지 이렇다할 반전도 가지지 못하고 독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말이 맺어져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작품의 주제가 그러한 탓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정 내의 역학관계가 다소 과장되어 있고 작품 전반적으로 밋밋한 느낌을 주며, 심지어 경애의 외부 인물들도 이러한 설정에서 주변인 정도로만 머물러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 한정된다는 점, 그리고 '여자마흔다섯'이라는 어떤 상징적인 설정에 있어서 그 특정한 시점을 어떤 전환의 시점으로 승화시키기보다는 지극히 수동적인 변화로 머물렀다는 점 등이 왠지 모르게 개운치 못한 감상을 남기게 한다.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 상당 수가 현재는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오늘은 유난히 씁쓸하게 다가온다.
Aladdin  |  2007/04/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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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5 22:26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그냥 심심해서 글 남깁니다...^^
2007/04/26 13:34 수정/삭제
제 블로그는 본래 조용한 블로그입니다.
댓글이 필요한 포스팅이나 가끔씩 방명록 외에는요. ^^;

그냥 둘러보고 가는 곳이니,
댓글의 압박은 갖지 마시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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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6 16:36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하하...그런가요? 그 동안 매일매일 방문하다보니..댓글 안남기면 흰우유님이 막 화(?)내실 것같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킥킥
2007/04/26 21:33 수정/삭제
아주 친한 친구들이나 좀 알고, 별로 널리 알리지 않는 블로그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해오다가 몇 년 전에 블로그로 바꾸었죠.
와도 왔다간 건지,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곳이니 시간 되시면 가끔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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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7 11:26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시간이 안되지만(?) 항상 들르고 있습니다..칭찬해주세요...^^;;;;;;;;;
실시간 메신저도 좋지만...마치 편지처럼 주인(?)과 일정 시간이 지난 대화를 주고 받는 것도 괜찮군요...^^;;;;
2007/04/27 12:39 수정/삭제
그러게요*^^* 제비우스님과 저는 펜팔친구같네요ㅋ
쪽지에, 실시간 메신저에, 블로그 댓글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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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7 13:48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큭큭..게다가 핸드폰의 단문(SMS)도 있고 ..^^;;; 또 주소도 알지요...히히히...그런데, 대전엔 언제 가보나...너무 멉니다..^^;
2007/04/28 18:45 수정/삭제
저 역시.. 헉.. 그렇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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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7 18:13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일단 내일 정모에 아주 조용히~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
2007/04/28 18:46 수정/삭제
오옷~! 지금쯤 충무아트홀에 가셨겠군요!
다녀오셔서 오늘 있었던 일도 알려주세요~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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