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몇 번이나 이미 다녔던 거리를 마치 처음 온 것처럼 낯설게 느끼기도 하고, 이미 오래 전에 그만 둔 친구의 직장 앞에 괜찮은 술집을 발견하면 저녁에 불러내 한 잔할까, 하는 상상을 한다. 헤어진지 꽤 된 예전 남자친구와 마치 예전처럼 어제까지도 만남이 이어져 내일 역시 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내 차를 바로 코 앞에 두고도 한참을 헤매인 적도 있다. 이따금 서랍 속을 헤집어 까맣게 잊고 있던 물건을 보면 나에게도 이런 취향이 있었노라며 감탄을 하기도 하고, 매일 만나는 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전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었던 적도 있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한 것이며, 구성도 각색도 엉망이라는 위안을 해보다가도 그동안 살아온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지독한 생경함에 시달리기도 한다.
[일기] Diary  |  2011/03/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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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3 23:39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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