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영화의 시작은 다소 산만하다.
도무지 정서에 안 맞는 일본영화의 하나라고 체념하는 찰나, 이 영화의 본격적인 서막이 시작된다.

길가에서 객사할 운명이라는 손금을 가졌다며 타짜에서 평경장이 고니를 내쳤던 것처럼-
강가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해 변사체로 발견될 운명을 지닌 마츠코.

불행해진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한 것처럼, 마츠코도
사소한 불행의 전조들이 그의 53년을 지배한 후로 결코 떠나지 않았다.

배신 뿐인 군상들 속에서도 다시 사람으로 희망을 끌어안고,
외톨이만 아니라면, 뭐든지 괜찮다며 자신의 불행을 위안하는 마츠코.

중학교 교사, 작가지망생의 동거녀, 불륜녀, 창녀, 살인자, 이발사의 동거녀, 야쿠자의 동거녀..

1번의 절도와, 1번의 간통. 그리고 1번의 살인.
그 외 성매매 다수.

이 많은 일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 속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츠코의 인생 속에서 이 일련의 사건들은
마츠코의 희망으로 시작되었다가
마츠코의 불행으로 종결되는 마츠코의 지난 사랑의 기록이다.


이제 아무도 믿지 않아
이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이제 아무도 내 인생에 들어오게 하지 않아


하지만 결국 마츠코는 사랑이라는 잔혹한 희망을 포기하지 못한 채 불운한 생을 마감한다.

이 '불운한 사랑의 희망'이라는 잔혹한 주제를 보다 강렬하게 표현하는 장치로서 등장하는
잔잔한 주제가와 꽃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디즈니 영화를 연상해 표현했다는 경쾌한 영상.
(마치 아멜리에를 연상케 하는 밝은 영상은 특히 이 전체 주제와 대비되는데,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그러나 코미디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말해주듯이,
대작이라고 하기에는 일련의 불행들이 집요하게 연결되어있지 못하고
마츠코가 명랑한 유년시절을 보내며 가족들에게서 소원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며 다소 과장되어 있고
화면의 구성이나 음악이 대비효과를 위해서라고는 하나 우리 정서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대감독과 대배우가 만들어 낸, '작품'이니만큼 훌륭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공작가의「봉순이 언니」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아 괴로웠다.


이어서 음악듣기

[문화] Contents  |  2007/04/0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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