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원하는 대로는 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실패 속에 이따금 희망을 얻곤 하지.

그런 이름의 희망들이 풀죽어 있던 우리에게 너무도 고마운 것들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들이 없다고 포기할 우리는 아니였어.
희망. 참, 복잡한 단어야.

물리적으로는 한 달 동안, 실질적으로는 일 년도 넘는 듯 느껴지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참.. 고생했어.
누군가 내게 했었던 말처럼 (너는) 할 만큼 했고, 그만큼 했으면.. 됐어.

아고라. 내가 참 좋아했던 말이야.
말했던가, 모두가 부러 목소리를 내는 것. 상대의 숨소리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명확하게 말해서, 우리의 아고라는 그들의 오케스트라에 패한 것이 아냐.
아고라가 패한 것은, 아귀같이 싸우고 아무런 효능감이 없어도
목이 터져라 당신과 나의 목소리를 내는 광장을 담고, 아니 닮고 있지 않았어.

오케스트라의 승리는 비권(이라는 표현을 써서 미안)의 공약이
소위 시대적 요구에 영합해서도 아니고 복지라는 명목으로 잊혀진 역사의식을 보기좋게 걷어찼기 때문도 아냐.
그들은 '조직'을 위해 쓰인다는 회비를 비판할 지적인 수준도
청춘을 파괴적 이론에 바치지 말라고 소리칠 알량한 주체성도 갖추지 못했고,
심지어 선거를 진행하는 사람들조차 포스터 한 장, 온라인에 게시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였지만
결국 모두가 승복한다는 결과는 존재하게 된거야.
('오차율'이라는 전대미문의 유행어를 남긴 선거, 내가 아직 기자였다면 그냥 안 두지~ ^___^)

오케스트라를 지지하고도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고작 새 총학에의 희망사항이라는 게 이삿짐 사업을 계속 해주냐는 것인 걸 보면
굳이 내 친구가 아니어도 우리 학교는 충분히 행복할 것 같아 안심이 된다만.

밥 벌어먹느라 바쁘다는 네 알량한 친구는
민주노동당에서 일한다는 후배일동이 같이 짜주었다는
그 대단한 공약을 또박또박 읽어보질 못해서 하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린데,

거기, 네가 말하고자 했던 것,
누구나 공약을 보며 학생회장으로서의 너를 규정해야 했던 것,
네가 누구인가 하는 정치적 커밍아웃. 그게 어떤 거였드라?

수많은 밤을 지새며 고민했겠지..
마지막까지도 너의 결의에 괴로웠을거야.
새로운 자리는 너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할 테니까.
너는 너만의 길을 찾아 살아가게 됐겠지.
너는 그 시간으로 충분히 쇄신되었을 테니까.

세상은 변혁되기보다는 변화되고 있지.
하지만 나는 전자라고, 믿고 싶어.

나는 세상에 좀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싶어.
나는 단호하지만, 언제까지라도 이 세상 속을 살아갈거야.

친구야.
아무리 큰 이상을 가진 내 친구라도 세상 속을 살아야 하고 그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해.
아마 그 방법은 우리가 보고 배웠던 90년대 학번들과는 또 다른 모습일꺼야.
2008년의 너에겐 그 고민의 흔적들을 찾을 수 없었어.

이제 네게도 대학이라는 잔치는 끝나고 진짜 너의 길은 다시 시작되겠지.

밥 한 숟가락 얻어먹겠다고 불의와 타협하지 말고
나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사람들 손 놓지 말고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도록
우리 조금 더,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가자.

네가 가는 그 길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는 신념으로.

[횡포] Hey,  |  2008/12/1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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