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바닥에서 한 걸음만 멀어진다면,
여성주의는 금세 감추어야 편한 신념이 된다.

처음 학부 입학했을 때
고등학교 때부터 여성운동에 관심이 지대했다는 내 프로필이 사람들을 인상깊게 했고

원총에 지원할 때에도
여성주의 냄새가 나는 내 프로필에 모두들 긴장했다고 한다.

솔직히 원총여가 따로 있었다면 난 거기로 갔을 거다.
학부 때 제대로 못 해 봤던 것에, 늘상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날 만난 누구도
내게서 불편한 여성주의의 냄새를 쉬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다소(!) 좌파적인 신념도 잘 읽을 수 없을 테니까.

생각해 보면 치열했던 학부 때에도 그랬다.
거나하게 술 한 잔 걸치지 않으면,
전국을 누비며 시위에 참가하고 취재를 해도-
구석의 담론 하나로 며칠을 고민해도-
운동권 총학을 그렇게 편애했어도-
난 그렇게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보수를 향하지 않는 신념들을 불편해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 신념들이 끝내는 변절되기를 바라며 주시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신념들에 관대한 척하며 짓밟아가는지를 오랫동안 보아왔다.
사람들은 언제나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담배불을 짓이기듯 비열하게 그 불씨를 꺼버리려 애를 쓴다.
사실 아주 사소한 한 마디에도 이 애처로운 신념들은 휘청거릴 수 있다.

내게 내 신념들에 대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신념을 가진 자로서 많은 것을 체념하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로운 것은, 이러한 사실이 신념을 잃지 않게 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나같은 부류를 조용하게 만드는 데에,
나는 내 신념을 잃지 않는 데에,
이 침묵을 허용한 셈이다.
[횡포] Hey,  |  2006/07/1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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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2006/07/21 01:02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타인을 감화시키는 신념있는 여성주의자 되기 참 어려워요.

채식주의자나, 사회주의자나, 아무튼 다른 운동가들에 비해서..---;;
이건 그 사람만의 잘못이 분명 아닐 거에요. 그렇다고 포기하기 어렵지만
(감화보다 강화...에 가까운 인간이다만..ㅠㅡ)
2006/07/21 03:07 수정/삭제
답답한 마음에.. ^^;

어찌 보면, 이 주의는 채식주의같이 개인의 단순한 선호 문제도 아니고 사회주의같이 절절한 문제가 아닐 수 있지요;;

그보다 제 경우, 남 탓보다도 저 자신을 먼저-(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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